올 3월, 대형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미니쿠퍼 차주 A씨는 세 아이와 아내를 태우고 도로를 가다가 슈퍼카 맥라렌 차주와 시비가 붙었으며

아이들을 향해 "너네 아빠 거지다, 평생 이런 똥차나 타라"라고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슈퍼카 맥라렌 차주 막말 사건"으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 미니쿠퍼 차주 vs 맥라렌 차주, 상반되는 주장

일단은 미니쿠퍼 차주 A씨의 입장에서 사건을 기술한 글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사건 당시 맥라렌 차주가 굉음을 내며 계속 뒤따라왔고, 입에 담지못할 심한 욕설을 계속해서 내뱉었으며

아이들을 향해 했던 "너네 아빠 거지다" 라는 말 때문에 그날 이후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건 당시 지구대에 함께 갔었고, 그곳에서도 "나는 변호사 선임했다" 라고 거들먹거렸다고 합니다.

해당 글이 널리 퍼지면서 신상까지 공개되고 일이 커지자, 맥라렌 차주 B씨도 같은 커뮤니티에 반박글을 올렸는데요. 오히려 A씨가 비켜주지 않으려고 자신의 차량을 가로막고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A씨의 아내가 "거지XX 네 차 아니잖아, 어디서 빌려왔냐" 등의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맥라렌 차주는 온라인에 차종, 차 번호 등 자신의 신상을 공개했기 때문에 명예훼손죄와 보복운전에 대해서도 고소를 할 것이라고 했고, 미니쿠퍼 차주는 아이들을 향해 자신을 모욕했기 때문에 모욕죄, 도로 한복판에서 공포심을 조장했기 때문에 협박죄 등으로 고소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 양측의 고소, 과연 죄가 성립할까?

1. 먼저, 이번 사건에서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이죠. 아이들을 향해 모욕적으로 언급한 부분,

'거지라서 이 정도 차 밖에 몰지 못 한다' 라는 취지로 말했던 부분은

모욕죄가 성립하기 쉽지 않습니다.

모욕죄는 공공연하게 '사람들' 앞에서 모욕적인 발언을 했을 때 성립하는데요.

해당 '사람들'이 피해자의 최측근, 가족들인 경우에는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해당 부분은 무혐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2. 명예훼손에 대하여 알아보자면, 양측은 사건 당일에 지구대에 함께 갔고, 신원도 파악이 된 상황입니다.

고소를 하고 싶었다면 추후에 경찰에 가서 고소를 진행하면 됐을 것이고요.

그러나 미니쿠퍼 차주는 분이 풀리지 않아서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상대방의 차 번호와 CCTV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비방의 목적으로 글을 올린 것이 분명해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 택시비 먹튀 승객 논란과의 차이점

▶ 명예훼손 공익 목적 vs 비방의 목적

과거에 소개해드렸던 택시비 먹튀승객 얼굴공개 사건에서는, 심지어 얼굴까지 대놓고 공개했는데도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해당 사건에서는 먹튀 승객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긴요했고, 택시기사들이 흡사한 피해를 계속해서 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공익의 목적이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조금 다릅니다. 

상대방의 신원도 모두 파악이 되었고, 추가로 재범의 우려가 있는지 불확실한 사람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맥라렌 차주 역시 똑같이 대응을 하는 글을 올렸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죄가 성립될 수도 있습니다.

3. 보복운전에 대한 것은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나와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으므로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관계만으로는 알기가 힘듭니다.

4. 협박의 경우에도 문을 열고 말을 하기 직전에 보복운전을 하듯 미니쿠퍼 차주의 가족을 위협한 정황이 없다면, 화가 나서 욕설을 내뱉은 것만으로는 공포심을 느꼈다고 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 가장 좋은 대응법은?

해당 사건에서 미니쿠퍼 차주의 상황이었다면, 지구대에 갔을 때 고소를 진행하거나 사건 직후에라도 바로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여 너무 분하여 망신을 주고 싶었다면, 차 번호 등 특정 사람에 대한 유추가 가능한 개인정보를 모두 제외하고, 있었던 일에 대해서만 기술하여 글을 올렸다면 명예훼손에 대하여 법적공방이 오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공개적인 장소에 글을 올릴 때는 항상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요즘에는 개인이 겪은 억울한 일을 온라인상에서 공론화하여 여론의 힘을 빌려 좋은 쪽으로 잘 해결되는 경우들도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나 사실관계 때문에 애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경우들도 종종 있는데요. 이번 사건에서처럼 명예훼손이 성립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글을 올리기 전에 공익 목적과 비방의 목적에 대해 명확하게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어려움이 있는 경우, 변호사의 자문이나 도움을 받아 실행에 옮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법적 자문, 법률상담,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신 경우 언제든 박지영 변호사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