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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월급 다 써버린 엄마, 가족 간 횡령죄 적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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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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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생 혹은 자금관리에 자신이 없거나 기타 등등 다양한 이유로 월급을 부모님께 맡기는 경우가 꽤 많은데요.

물론 잘 관리해서 돌려주시는 부모님이 대부분이지만 말 없이 함부로 써버려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죠.


오늘 소개할 사례는 딸이 엄마에게 8년 동안 맡긴 월급을 엄마가 모두 사용하면서 이슈가 된 사건입니다.


■ 8년 동안 엄마에게 월급을 맡긴 딸


A씨는 직장생활 8년 동안 엄마에게 월급을 맡기고 용돈을 받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할 때가 되어 그 동안 모은 돈을 달라고 하자

엄마는 나머지 돈은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을 구매하는데에 썼다며 400만 원만 돌려주게 되죠.

일언반구 없이 돈을 써버린 엄마에게 화가 난 딸은, 일단 400만원만 들고 집을 나왔다며 해당 사안을 온라인 게시판에 쓰게 되었는데요.


■ 엄마의 독단적인 행동, 죄목은?


일단 타인(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엄마)이 자신의 재물인 것처럼 사용한 것이 맞으므로 죄목은 횡령죄일텐데요.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① 보관자의 지위에 있어야 하며


② 해당 재물을 불법영득 의사로 처분했어야 합니다.


1) 보관자의 지위 여부


보관이라는 것은 재물의 소유자와 위탁관계에 기인하여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는데요.

해당 사안에서는 딸이 엄마에게 월급을 맡기고 용돈을 받아 생활했으므로 보관자의 지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업무 혹은 직업을 위해서 한 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업무상 횡령죄는 적용될 수 없고요.


2) 불법영득 의사란?


불법으로 타인의 재물을 영득하려는 의사로서, 위탁받은 사람의 취지에 반하여 타인의 재물을 

자신의 재물처럼 이용하거나 처분할 의사를 말합니다.

보통은 개인적인 목적이 아닌 공익적 혹은 소유자를 위해 사용했다면 불법영득 의사가 없다고 보는 건데요. 

단순히 돈의 사용목적만 따지는 것은 아니고, 아주 복합적인 부분들이 작용하여 여부를 가릅니다.


만약 해당 사안에서 엄마가 딸의 돈으로 도박을 했다거나 하는 등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불법영득 의사가 있다고 보아 횡령죄 조건이 성립될 것입니다.

그러나 엄마가 해당 가족의 집을 구매하는데에 사용했으므로, 

만일 궁극적으로 상속 또는 명의변경을 통해 딸에게도 해당 이익이 있을 경우에는 불법영득 의사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횡령죄 조건이 성립하더라도, 친족상도례 규정이 있다


만약 엄마의 횡령죄 조건이 모두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형법으로 처벌받기는 어렵습니다.

친족상도례 규정이 있기 때문인데요.


- 친족상도례란?


8촌 내 혈족이나 4촌 내 인척, 배우자 간에 발생한 절도죄, 사기죄 등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요. 


"친족 간의 재산 다툼은 국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 가족구성원이 해결할 문제"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 라는 법언에 따른 제도입니다.


사기, 공갈, 절도, 횡령, 배림, 권리행사방해, 장물 등 7개 범죄에 대해서는 친족의 처벌을 면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사안의 엄마는 횡령죄 처벌을 받을 수 없습니다.


■ 친족상도례 적용 사례


사례1) 딸에게 암 환자라고 속여 매달 생활비를 타간 엄마


엄마의 암 진단 소식을 들은 딸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출까지 해가며 힘겹게 매달 암 치료비 격으로 70만 원씩 보내주었는데요.

최근 엄마의 암 투병 사실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딸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진실을 알고 있었음이 밝혀진 상황에서

딸은 엄마를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요?


사기죄는 성립하지만, 친족상도례 규정에 의해 형이 면제되어 처벌할 수 없습니다.


사례2) 외삼촌에게 투자 권유하여 돈 빼돌린 조카


해외투자 업무를 하다가 알게 된 두바이 왕족의 헤지펀드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로 외삼촌에게 제안한 A씨

결국 외삼촌은 조카의 말을 믿고 74회에 걸쳐 16억 8,225만 원을 보냈으나

A씨는 동일한 수법으로 총 10명에게 45억 가량을 뜯어내 사기행각을 벌였는데요.

사기죄가 적용되어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외삼촌에 대한 범행은 공소 자체를 기각했습니다.


이 외에도 치매 어머니의 돈을 빼돌린 자식, 치매 노인과 위장결혼한 후 60억원 빼돌린 사례 등등..

이를 고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들도 많습니다.


■ 그렇다면 딸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하여 엄마의 죄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사의 손해배상청구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다만, 불법영득 의사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친족상도례 규정, 필요하다 vs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정이다


예전과는 가족의 범위 자체가 달라지고,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개인의 피해 사실을 덮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친족상도례 규정을 폐지하거나 범위를 축소하자는 주장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피해 사례가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사돈지간은 인정되지 않으며, 손괴죄, 강도죄 등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안을 면밀히 살펴보면 적용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가족 및 친족 내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법적 자문 혹은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신 경우,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