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여성, 56년만에 미투? 정당방위 정반대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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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1-05-25본문
무려 57년이 지난 사건에 대해 재심을 신청한 70대 여성이 큰 화제가 됐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57년 전 '강제키스 혀 절단' 사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다?
56년만에 실형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70대 여성 A씨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1964년 5월 6일, 당시 18세였던 A씨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씨(당시 21세)에게 저항하다가 혀를 깨물어 1.5cm가 잘려나갔고, A씨는 중상해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A씨는 정당방위임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구치소에 6개월 간 수감되어 수사와 재판을 받았습니다.
노 씨는 강간미수 혐의조차 적용되지 않았으며,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로만 기소되어 A씨보다 낮은 형량인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A씨는 당시 검찰이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고의행위로 몰아갔다고 주장했으며, 재판은 더더욱 상황이 심각했는데요.
"피고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 아닌가? 피고와 결혼할 생각 없는가?" 등의 2차 가해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분위기죠. 아무래도 196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습니다.
- 집으로부터 100m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 일
- 소리를 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 억압된 상태였는지 아니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등이 당시 법원이 말한 판결의 이유였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혀를 절단한 것은 중상해죄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A씨에게 법원은 장문의 판결문을 냅니다.
- 재심 청구 기각, 법원의 판결문
A씨의 재심 청구는 결론적으로 기각되었습니다. 재심 사유의 경우, 법의 해석이 바뀐 것은 인정되지 않으며 새로운 사실이 나오거나 위법적인 수사기관의 행태 등이 있어야 합니다.
A씨 측은 아래 내용으로 재판부에 재심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 기소 전에 검찰로부터 변호인 선임권,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받지 못하고 부당하게 옥살이를 한 점
- 수사 과정에서 허위 자백을 강요당함
- 노 씨가 혀 절단 이후 병역 신체검사에 합격하여 베트남 전쟁에 파병되었음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한 검사의 불법구금 등을 증명할 자료가 제시되지 않아 무죄를 인정할 명백할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청구는 기각했지만 "오늘날이었다면 A씨가 가해자로 낙인찍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세기의 시간 동안 세상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의 시점으로 과거를 바라보아서 재판의 결과를 모두 뒤집는다면 법적 안정성이 훼손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 57년 전과 비슷한 사건, 정반대 판결
작년 7월, 부산에서 발생한 '황령산 혀 절단사건'은 57년 전 A씨의 사례와 매우 흡사합니다. 부산의 황령산 인근에 주차된 차량 내에서 한 여성이 추행하는 남성의 혀를 절단한 사건인데요.
여성은 추행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고, 남성은 합의된 행위였으며 강제추행이 아니라며 여성을 중상해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CCTV 등을 확인하고 정당방위 심사위원회를 열었으며 혀 절단 행위가 과잉방어는 맞지만 형법 제21조 3항에 의해 책임조각 사유에 해당한다며 무혐의 의견으로 경찰이 검찰에 의견을 올렸고, 검찰도 해당 부분을 받아들여 여성의 중상해를 불기소 했습니다.
남성은 강간미수, 감금 혐의로 구속기소 되었습니다.
이처럼 과거와는 달리 흡사한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받는 것을 보면 57년 전과 지금, 시대가 많이 변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57년만에 세상에 억울함을 알린 A씨와 변호인단은 재심청구 기각 후 즉각 항고하기로 했다고 하는데요.
굉장히 긴 싸움이 되겠지만, A씨의 오랜 한이 풀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